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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축제와 의식

페르시아 자라토스트교의 침묵의 탑 장례

1. 자라토스트교와 침묵의 탑 장례의 기원

침묵의 탑 장례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발전한 자라토스트교(조로아스터교)의 전통적인 장례 방식으로, 자연을 신성한 존재로 여기고 이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되었다. 자라토스트교는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에서 형성된 종교로, 선과 악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며, 불, 흙, 물, 공기와 같은 자연 요소를 순수한 존재로 간주한다.

경전 아베스타(Avesta)에 따르면, 인간의 육체는 사망과 동시에 부패가 시작되며, 이는 악의 세력인 드루즈(Druj)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따라서 시신을 매장하는 것은 땅을, 화장하는 것은 불을 더럽히는 행위로 간주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라토스트교에서는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신성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적인 장례 방식을 모색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침묵의 탑 장례이다. 이 방식은 시신을 원형의 석조 구조물인 다흐마(Dakhma, 침묵의 탑) 위에 안치하여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독수리와 같은 청소 동물이 시신을 섭취한 후 햇빛과 바람이 남은 뼈를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이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유지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사망자를 처리할 수 있었다.

이 장례 방식은 아케메네스 왕조(기원전 550~330년)와 사산 왕조(224~651년) 시기에 널리 행해졌으며, 자라토스트교가 국가 종교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7세기경 이슬람 세력이 페르시아를 정복한 후, 자라토스트교 신자들은 소수 집단으로 전락하면서 침묵의 탑 장례 역시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페르시아 자라토스트교의 침묵의 탑 장례

2. 침묵의 탑의 구조와 장례 절차

침묵의 탑은 주로 외부와 격리된 고지대에 건설되었으며, 직경 수십 미터에 이르는 원형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탑 내부는 기능에 따라 세 구역으로 구분되었으며, 이는 자라토스트교의 신성한 질서를 반영한 것이었다.

  1. 외곽 구역: 성인 남성의 시신이 안치되는 공간
  2. 중앙 구역: 여성의 시신이 놓이는 장소
  3. 내부 중심부: 어린이의 시신이 배치되는 구역

장례 절차는 철저한 종교적 규율에 따라 진행되었다. 시신이 발생하면, 이를 다루는 전문 장례 담당자인 나사살라(Nasasalars)가 시신을 정화한 후 탑으로 운반하였다. 이들은 시신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했으며, 장례가 끝난 후에는 반드시 정화 의식을 거쳐야 했다.

탑에 도착한 시신은 각 구역에 따라 배치된 후, 독수리들이 이를 분해하도록 하였다. 일반적으로 수 시간에서 며칠 내에 시신이 처리되었으며, 이후 남은 뼈는 태양과 바람에 의해 자연 건조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뼈들은 중앙의 뼈 저장소(오스슈어리, Ossuary)에 모아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되도록 방치되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땅, 불, 물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순환을 방해하지 않는 장례 방식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자라토스트교의 핵심 교리를 반영하는 관행이었다.

3. 침묵의 탑 장례의 철학과 사회적 의미

침묵의 탑 장례는 단순한 시신 처리 방식이 아니라, 자라토스트교의 자연관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반영하는 신성한 의식이었다.

자라토스트교에서 자연은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선의 신)가 창조한 순수한 질서로 간주되었으며, 이를 훼손하는 것은 곧 악의 세력인 앙그라 마이뉴(Angra Mainyu)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따라서 인간은 생전에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자연의 조화로운 순환을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또한, 침묵의 탑 장례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의식이었다. 장례는 가족만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준비하고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적 행사였다. 나사살라와 같은 장례 전문가가 존재했다는 점은, 이 의식이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종교적·사회적으로 제도화된 전통이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4. 현대 사회에서 침묵의 탑 장례의 변화와 유산

오늘날 침묵의 탑 장례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라졌지만, 인도의 파르시 공동체에서는 여전히 일부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뭄바이의 말라바르 힐(Malabar Hill)에는 현재도 다흐마가 존재하며, 일부 파르시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그러나 최근 몇십 년간 환경 변화로 인해 독수리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전통적인 장례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파르시 공동체에서는 태양열을 이용한 시신 분해 시설을 도입하거나, 화장과 같은 대체 방안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침묵의 탑 장례는 더 이상 널리 시행되지 않지만, 그 철학적 의미는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인간이 죽은 후에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개념은, 오늘날 친환경 장례 방식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